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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erider    [기사] 교수 된 옥주현 "난 늘 뜨거운 사람이었고 '뮤지컬 배우'에 가장 큰 열정 쏟았다" 2009/03/05



겸임교수 오른 옥주현의 인생 이야기 "학창 시절에는 연예인 꿈도 안 꿔"
"핑클 시절, 인기 실감할 새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려"



옥주현/가수 겸 뮤지컬 배우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11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헤엄쳐 가보면 정말이지 마냥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덜렁대는 한 고등학생이 보인다. 그녀는 성악을 하려면 풍채가 좋아야 한다며 먹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언제나 낙천적인 성격으로 주변엔 친구들도 많았다.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너무도 좋아해 집에서 혼자 DJ 대본 만들어서 '멘트'하고, 카세트 테이프에 들어 있는 곡 하나하나를 띄우는 DJ놀이를 즐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그 아이가 바로 나 옥주현이다.



▲ 옥주현/가수 겸 뮤지컬 배우

상품도 타고 연예인들도 보자며 친구들이 신청해 준 라디오 노래경연대회 날, '스포츠조선'에 계시던 한 남자 기자 분이 사장님께 건 전화 한통이 이렇게 지금의 나를 향한 길을 열어준 '문'이였던 것이다.



세상 모든 일들이 큰 나뭇가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가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길은 확연히 달라지고 그 길목마다 만나는 사람, 겪어야 하는 일, 선택해야 하는 일도 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가지는 튼튼한 가지였다. 우리 넷이 선택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솔직한 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매니저란 사람들 중에 흑과 백 사이의 어중간한 지점에서 유혹하는 손길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것도 모르고 얼떨결에 '내가 가수를?'이란 물음표 하나 달랑 안고 시작한 그 시점, 그 자리에 '핑클'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딸같이 아껴주신 분을 사장님으로 만난 것은 가장 큰 행운이었다. 운도 노력이라는 말에 200%공감하는 나로서는 그 당시의 행운은 어떠한 특별한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었기에 더욱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우리는, 신인에겐 잘 주어지지 않는 조건에서부터 시작했고, 계약서도 없이 일했다. 그랬기에 처음엔 더욱 '우리가- 뭔가가 되긴 할까'라는 반신반의 속에서 데뷔를 했다. 여느 가수들처럼 인터뷰에서 "저희는 수년간 연습실 생활 했거든요"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다 보니 '뚝딱 뚝딱'해서 '짜잔'하고 데뷔했다고나 할까?



▲ 뮤지컬 캣츠의 한장면

그렇게 해서 우리는 '핑클'이라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민가수가 되었고, 그걸 실감할 새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실감'이란 걸 했었더라면, 더 열심히, 더 잘했을 것을... 이런 아쉬움도 조금은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다. 글쎄, 다른 멤버들은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이 있겠지만 나에겐 그렇다.



얼마 전 친한 친구들과 살아가면서 인생의 '뜨거움'을 논한 적이 있다. 어느 주스 광고에 나온 카피처럼, '옥주현'이라는 사람은 욕심보다 열정이 많은 인물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1년이라는 시간을 살짝 돌아보았을 때, 난 늘 뜨거운 사람이었다. 그 뜨거움이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추억을 선물해주기도 했으며, 오해를 사게 하기도 했고, 성숙함을 주기도 했다. 많은 눈물도, 작은 것에 대한 행복도 가져다 주었다.



그간 이쪽 일을 해오면서 내가 의도한 바대로 움직인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있지만, 특히나 라디오 DJ로서 옥주현과 '뮤지컬배우'로서 옥주현은 내가 가장 많은 열정을 쏟아 부어 그만큼의 성과를 얻은 소중한 영역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첫 작품은 ‘아이다(AIDA)’라는 대작이었다. 솔직히 욕 먹을 각오도 단단히 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유 있는 정확한 충고는 나를 더 단단하게 무장시켜 주었고 목적이 불분명한 욕설에는 더 담대하고 무심하게 대응했다. 욕을 하는 자는 그 와중에 자신의 시간을 흘리고 있지만 과정이 어떻든 난 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적어도 그들처럼 머물러있는 고인 물은 아니라는 생각에 내 스스로가 그 입방아 위에서 휘청이며 기운 뺄 시간이 없었다.



시작이 ‘연예인’ 혹은 ‘가수’인 사람들이 뮤지컬계로 가서 마음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누자면 성악 전공자, 연극전공자, 무용 전공자가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성악을 오랜 시간 전공해온 친구들은 팝 적인 발성과 진성 발성에 어려움이 있고, 연극 영화 쪽 전공자들은 노래할 때 목을 쓰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무용 전공자들은 연기와 노래 쪽이 부족하다. 당연히 각각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




하지만 처음부터 ‘뮤지컬배우’ 혹은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사람들은 대중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향상시키면서 무대에 서게 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스타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황에서 살얼음판 위 곡예를 하듯 무대에 나서야 되기 때문에 힘겨울 수밖에 없다.



기존의 뮤지컬 배우보다 가수가 좀 더 갖고 있는 능력은 가창력과 비트감. 솔직히 우리 나라 뮤지컬 음악을 들으면 아쉬움이 들 때도 많다. 해외 팀들과 비교되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장르를 불분명하게 하는 ‘단순한 가창’이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는 또 다르겠지만, 수입되고 있는 많은 뮤지컬들 속 노래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분명한 장르들로 나뉘어져 있다. 재즈, 블루스, 록, 가스펠, 팝 등등. 분명히 다르게 불려야 할 장르들인데 그 색깔이 제대로 입혀지지 않은 상태로 대중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공연을 보러 다녀보면 제대로 이해하고 세련되게 부르는 사람은 많이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세련되게 노래하는 사람을 꼽자면 홍광호를 꼽고 싶다. 함께 작품을 해 보고 싶은 배우이기도 한데, 그는 음악에 대한 이해가 폭넓고 부르는 테크닉 또한 세련된 배우라고 감히 평가해본다.



그리고 여자로는 바다와 정선아. 바다는 열정과 감성이 그야말로 바다와 같이 깊고 넓다. 가수였기 때문인지 장르의 이해 역시 분명하고 세련된 배우이다. 정선아 역시 세련된 감을 갖고 있는 배우이다. 감히 이런 평가 아닌 평가를 하게 되어 민망하지만 오감이 예민한 나로서는 저런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게 좋은 자극이 된다.




인터뷰를 할 때 “뮤지컬 발성이 힘들진 않은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솔직히 별로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여지껏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그들은 나의 발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외국 배우들은 성악과 팝의 중간 지점에서 노래를 많이 하는데, 성악을 오래한 배우들은 진성을 잘 내지 못하기에 알맹이 있는 소리를 찾기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난 가수의 길로 빠지느라 성악을 오래 하지 못했던 관계로 진성과 그 중간 사이의 음역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팀들은 내가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같은 발성을 쓰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비트감, 음악적 이해가 빨라 좋다고 한다. 그나마 그거라도 탄탄하게 갖추고 있는 게 나로서는 다행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캣츠(Cats)’ 공연을 하고 있다. 그리자벨라역.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다른 작품들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서 서운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 흉내 내는 고양이들의 메시지를 결국 최종적으로 전하는 건 그리자벨라이기에 그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마음에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밀도가 있어야 한다. 또 너무 처량해 보여서도 안되는 게 그리자벨라이다.



그리자벨라는 바로 우리들 현재의 모습이기도 하고 지나간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얼마 전, 지방 공연을 앞두고 연출자 죠앤이 다시 방문해서 전체 연습을 했었다. 마지막 연습 날 죠앤은 나한테 진정한 그리자벨라가 되어줘서 너무도 고맙다고 했다. 연출자가 떠난 후, 혹시 작품이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변질되어 가지 않을지 걱정도 됐지만 그런 두려움을 무색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따스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나 또한 콧등이 시큰해져 왔다. 무대 위에서 받는 박수만큼이나 큰 선물이었다.



5개월 간 서울 공연이 끝나고 지방공연도 어느새 3분의 1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그 날을 향해 오늘도 달린다.  무대 연기를 모르던 과거의 나에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온 나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잘하고 있는 거냐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거냐고.”






*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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