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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좋은 느낌 <해피투게더>의 이효리(kbs저널 4월호 中)

2003/04/14

[KBS 저널 4월호 中]

[넌 웃는게 좋아...
효리의 웃음, 그것은 일종의 자기암시다. 아주 작은 틈만 있다면 그래서 그곳을 응시하며 가녀린 햇살을 늘어뜨릴 수 있다면 자신은 항상 향기롭게 필 수 있다고 마치 꽃처럼]

웃으면 작아지는 눈을 보며사람들은 농담처럼 나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웃을 때 뭐가 보이니?
내가 본 것을 어떻게 고백할까. 빛이 격렬하게 혹은 몽롱하게 번지는 그 순간에 대해 빛이 깃털처럼 하늘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환상에 대해. 그곳이 많은 스태프와 함께 밤을 새며 녹화를 하는 방송홀이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무대 위건, 오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건, 웃을 때면 나는 오렌지빛 환한 세상과 마주친다. 어둡고 무거운 그림자를 꼭꼭 숨긴 세상, 마치 나와 함께 웃는 것만 같은 환한 세상

<해피투게더>의 진행을 처음 맡게 되었을때, 난생 처음 가수 아닌 다른 무엇이 되려 했을 때, 나는 설레이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웠다. 마치 막 전학 온 학생처럼, 난생 처음 입은 어색한 교복차림으로 낯선이들 앞에 쭈뼛쭈뼛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낯설던 이들과 함께 큰소리로 웃는 나를 발견한다. 웃을때마다 마주치는 그 환한 세상은 나의 그림자마저 감춰버린다. 나를 꽁꽁 얼어붙게 하던 내 안의 두려움과 초조함은 순간 눈 녹듯사라져버리는 것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한 줄기 빛이 일곱 가지 색을 발하듯. 그 마법의 순간에 나는 발랄한 소녀가 되고, 씩씩한 소년이 되며, 엉뚱한 꼬마가 되고,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한 나의 모습을 찾아주기도 하는 그 순간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한다.
아직은 mc로서 부족한 것도 많이 배울 것도 많다. 여전히 낯을 가리며 실수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내 자신에게 조차 웃어줄 수 있다. 스물다섯이란 나이 때문일까? 칭찬에 으쓱했던 시절보다 나의 실수를 은글슬쩍 웃어넘기는 지금, 더욱 즐겁게 웃을 수 있게 된 것은 사람들은 내가 잘 웃는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때면 나는 되레 반문하고 싶다.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죠? 기쁘고 재밌고 신나고 감격스러울 때 당신들은 도대체 뭘한다는 거죠? 그 환희의 순간에

너무 눈부셔 눈을 뜰 수 없었던 빛의 기억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집 밖으로 첫 걸음을 내디딜 때 내리쬐던 그 신기하기만 하던 햇빛이 어느덧 첫 무대 위로 허공을 가르며 쏟아지는 조명의 불빛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환하게 번지는 빛을 본다. 그 빛이 내 안에서 노래와 춤과 멋진 방송인이 되기 위한 끼를 이끌어 낸다. 나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싶다. 내가 웃을 때면 항상 마주치는 그 환한 세상을 그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행복해 지고 싶다.

그러나 가끔 빛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림자 가장 안쪽 깊은 구석으로 숨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어둡도 조용한, 그리고 나 이외에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시간
나 또한 다른 이들처럼 혼자가 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내 얼굴에서 모든 표정을 걷어내고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모든 약속을 잊어버린다. 그 시간이 하루 이틀로 끝나기도 하지만 간혹 한 달이 되기도 한다. 외톨이가 되는 그 시간 동안 나의 방은 어릴 적 몰래 들어가 깜박 잠이 들던 어두운 다락방이 되어주는 것이다.
어떤 찬사도 어떤 험담도 나와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무엇이 될 필요도 없다. 그저 조용히 두툼한 나무 판자에 조각칼로 판화를 새기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간혹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아직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두운 시간

이른 사회생활은 나에게 아픈 상처를 주기도 했다. 쫓기듯 돌아와 불도 켜지 않은 채 혼자 훌쩍이던 그 시절은 다행히 지나갔다. 스물다섯, 내 또래 아이들이 설렘과 불안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지금 나는 오히려 차분하다 과거보다 현재를 현재보다 미래를 더 생각하면 조금은 어엿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마치 잊고 있던 중요한 약속이 돌연히 떠오른 듯 요즘의 나는 외롭고 어두운 시간으로 불쑥 되돌아 간다. 그곳에서 다른 소리들의 볼륨을 낮추고 내 안의 목소리를 높이 키워 귀기울이는 것이다. 가수로서 새롭게 시작한 방송인으로서, 학생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나의 역할을 곰곰이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 나의 과거를 되새기고 나의 현재를 응시하며 나의 미래를 그리는 나는 짙은 어둠 속에서는 작은 불빛조차 선명해 진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내가 간혹 내비친다는 차가움에 대해 나 또한 잘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 예리하게 몰두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속삭이면서 말이다. 좀더 잘 할수 있잖아 안 그래?

뜨겁게 달구어진 쇠가 식으면서 단단한 제 형태를 드러내듯 한껏 달아올랐던 내가 그곳에 머물면서 조금씩 내 미래의 형상을 찾아낸다. 제 자리를 찾지 못했던 감정들이 정리되고 흩어져 있던 에너지가 응축된다.
내 안의 동요가 어느덧 고요히 가라앉으면, 눈앞에 펼쳐진 어둠 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흰색으로 작은 문 하나를 그린다. 높이는 내 키보다 조금 낮게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밝은 빛 한가운데로 나간다.
다시 환하게 웃으며,

[때론 차갑지만...
효리가 차갑게 보이는 것은 무게감 때문이다. 가끔씩 자신을 에워싸는 관계에서 벗어나 홀연히 혼자가 되는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상처와 그림자 하지만 난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단단해 지고 진지해지는 것이다.]

* 출처 : kbs 저널 4월호



minami	화려함 속에 가려진 효리씨 내면의 진실함과 진지함때문에 그녀를 더욱 사랑합니다.	x	2003/04/14



겨울숲	그녀의 착한 미소속에 빠져드는 또다른 이유, 그건 섬세함입니다.	x	2003/04/14



piperider	직접 치시다니... 너무나 감사해요 효리짱님... -_ㅜ	x	2003/04/14



행복미소횰	저 또한 이런 모습 때문에 그분을 사랑합니다.진정 멋진분이예요.^^	x	2003/04/15



효리짱	^^	x	200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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