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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어느 멋진 날`, 세 겹의 근친코드를 끌고가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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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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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극 `어느 멋진 날`(극본 손은혜 연출 신현창)에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멜로라인의 긴장을 높이기 위해 전형적으로 활용하는 근친 코드가 무려 세겹이나 깔려있다.
서하늘(또는 박혜원, 성유리)-서건(공유), 구효주(이연희)-서건, 서하늘-박태원(유하준)의 관계가 모두 근친관계에서 출발한다. 모두 피를 나눈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15년동안 한가족처럼 오누이로 살았거나, 어렸을 적 헤어진 오빠 여동생 관계다. 근친 관계에서 벗어난 멜로는 강동하(남궁민)-서하늘 라인 하나다.
태원은 입양된 동생 혜원(성유리)을 동생으로 보지않고 여자로 접근하는 `변태오빠`다. 여동생을 겁탈하려는 오빠가 포탈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른 건 아이러니다. 혹자는 `야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그의 변태성은 부모의 애정결핍에서 비롯됐다. 성유리에게 죽은 여동생과 똑같은 이름을 부여하고 나이도 맞추느라 학교를 1년 늦게 보내고 피아니스트로 만든 혜원 모친(선우은숙) 밑에서 찬밥신세로 자란 그였다.(이 상황은 금보라가 죽은 아들을 닮은 남자아이를 입양시켜 피아니스트로 만든 `봄의 왈츠`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하늘을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하고 손찌검을 하는 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남매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해도 되는 사이잖아"라는 태원의 외침에는 부모에 대한 반발도 섞여있다. 증오로 가득한 그의 눈빛은 음흉하며 과도하게 애절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가장 많은 비중이 차지하는 것은 서건-하늘 멜로라인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간 사랑이라는 점은 `가을동화`의 설정과 유사하다. 건은 이 사실을 알고 접근했지만 하늘은 건이 친오빠인 줄로만 안다. 그러나 벌써(5회 예고편) 하늘은 "우리 오빠만 아니었으면 나는 사랑에 빠질거야"라며 근친관계를 부각시킨다.
효주와 건은 15년동안 호주에서 가족처럼 살아왔다. 건은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효주를 챙겨주는 등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지만, 효주는 건을 남자(남편)로 대한다.
`어느 멋진 날`은 결국 건-하늘의 멜로라인에 동하와 효주가 각각 연적의 역할을 수행할 것 같다. 드라마가 근친 코드를 무력화시키려면 멜로의 절절함, 애틋함, 미안함,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잘 섞여야 한다.
우선 건이 15년전 헤어진 동생(하늘)을 찾은 건 돈을 위해서다. 돈이 없어 호주로 이주해 15년간 건달과 사기꾼으로 살아온 인생이다. 부잣집에 입양돼 있던 하늘을 찾았을때 로또에 당첨됐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인 효주의 수술비도 마련해 생명을 건지고, 가게도 장만해 양아치 인생을 끝낼 요량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양오빠로부터 무수히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하늘을 대하는 눈빛이 달라졌다.
앞으로 건이 하늘과 나눌 멜로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둘은 `가장 큰 어항` 운운해가며 열대어를 좋아하던 유아기적 기억에 의존해 사랑을 더듬어가고 있다. 아직 4회밖에 진행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천국의 나무` 분위기로 흐르지 말았으면 한다.
터프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서툴며 눈물도 있는 `몸짱` 공유는 나름대로 충분히 매력이 있다. 그러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지닌 절절함에는 다소 못미친다.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건과 하늘간의 사랑의 당위성(운명성)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적이고, 멋진 외모지만 아픔이 있을 것같은 강동하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시련을 앞둔 구효주를 잘 활용한다면 `사랑타령`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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