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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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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타처럼 되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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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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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처럼 되고 싶다” 워너비(wannabe) 신드롬
요즘 최고 인기스타는 단연 이효리다. 그녀의 외모, 말투, 패션, 댄스 등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며 수많은 ‘추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효리처럼 예쁘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녀처럼 되려고 하는 것이다. ‘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같은 ‘워너비’들이 속속 늘고 있다.
‘워너비(Wannabe)’는 ‘~가 되고 싶다’는 뜻으로 1982년 뉴스위크지에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이 단어가 널리 알려진 것은 80년대 중반 가수 마돈나의 패션을 따라하는 여성팬들이 ‘마돈나 워너비’로 불리면서부터다. 마돈나 이후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일본에서는 아무로 나미에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러한 ‘워너비 신드롬’이 한국에서는 이효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상륙했다고 할 수 있다. ‘워너비’는 ‘팬’과 조금 다르다. 팬이 스타를 바라보며 흠모하는 사람이라면 워너비는 스타처럼 되고 싶고 스타처럼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효리만큼 예뻐지자” 가입자 27만명
인터넷 다음카페 ‘효리사랑’은 회원수가 2만여명인 반면 ‘효리만큼 예뻐지자’는 27만여명임을 봐서도 워너비가 급증함을 알 수 있다. 다음카페 ‘효리만큼 예뻐지자’ 초기화면에는 ‘효리씨의 패션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보공유 카페이지 팬클럽이 아닙니다. 효리씨의 열혈팬들은 따로 얘기하실 수 있게 게시판을 마련해 거기서 여러 얘기 나누시구요’라고 쓰여있다. 이 카페 게시판에는 ‘이효리 뉴욕 공연 때 입은 분홍색 트레이닝복 구입했습니다’ ‘이효리 앞머리처럼 해볼까’ 등 적극적인 ‘워너비’들의 글이 많다. 이들은 의상, 헤어스타일, 화장법 등을 파악해서 회원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자신을 이효리로 꾸민다.
이효리가 CF에 등장하는 속옷의 경우 제품광고가 아닌 브랜드 이미지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효리가 입는 팬티가 어떤 것이냐’는 문의가 판매점마다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서울 동대문, 압구정동 의류상가에서도 ‘이효리 바지’ ‘김희선 백’ ‘이승연 숄’ 등 스타들이 사용하는 스타일의 의류, 액세서리 등이 높은 판매율을 보인다고 한다. 동대문 패션몰 ‘밀리오레’ 의류상 이재필씨는 “특정 연예인이 입고 나왔다는 광고문안을 붙인 옷이 훨씬 더 잘 팔린다”면서 “손님들은 스타와 똑같은 옷을 입게 됐다고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CF, 드라마, 콘서트 등에서 스타들이 입고 나온 옷, 액세서리, 화장품, 헤어스타일 등은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 ‘신데렐라’의 황신혜 목걸이, 김혜수ㆍ김남주의 누드목걸이, ‘청춘의 덫’의 심은하 원피스, CF ‘지오다노’의 전지현 청바지, 김희선 핸드백 등이 잇따랐다. 전도연, 최지우, 김하늘 말투도 동일선상에 있다.
중국엔 ‘김희선 워너비’
김희선의 경우 중국에까지 ‘워너비’들을 두고 있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안녕, 내 사랑’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김희선처럼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중국 여성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워너비’들은 대부분 어린 여학생들과 젊은 여성들이다. ‘워너비’ 대상이 주로 여자스타들이고 그들의 패션과 스타일을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여학생들은 자신이 스타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를 위해 연기학원, 댄스학원 등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서울 압구정동 아이기스 연예아카데미의 댄스강사 홍영주씨는 “요즘 수강생들은 백댄서들에게 반해 취미로 춤을 시작했다가도 자신감을 얻어 연예인을 꿈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꾸준한 노력으로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학생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기PR에도 적극적이다. 서울 여의도 연기학원 MTM ‘날 좀 띄워줘’ 게시판에는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올리며 이 학원 선배들처럼 스타가 되고 싶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생긴 ‘얼짱(얼굴이 짱)’ 팬카페는 수천 개에 이르고,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얼짱’ 연합카페 ‘오대얼짱’ (cafe.daum.net/5i)은 회원수가 38만명을 넘어섰다. ‘얼짱’은 말 그대로 ‘얼굴이 짱’인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신조어. 1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인터넷 스타다.
‘얼짱’이라는 말이 널리 퍼진 건 영화 ‘여우계단’의 주인공 박한별 등이 ‘오대얼짱’ 출신이라는 게 알려진 후부터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끼리 만든 홈페이지에 올린 학생증 사진이 “영화배우 전지현을 닮았다”며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얼짱’이 됐다.
따라서 ‘워너비’들은 자신의 사진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실물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스타처럼 보이게 해주는 조명, 촬영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스타샷’ ‘스타프로필’ 등 특수사진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 포스터 속 남녀주인공 얼굴에 커플 얼굴을 합성해주는 사진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워너비’들은 젊은 시절 누드사진, 동영상을 촬영해서 보관하기도 한다.
이러한 ‘워너비’들은 ‘길거리 캐스팅’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임한다. 최근 ‘길거리 캐스팅’을 확대하고 있는 EK엔터테인먼트측에서는 “예전에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물으면 도망가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연락처를 남겨준다”면서 “심지어 일행 중 한 명에게만 연락처를 물으면 왜 자신에게는 물어보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패션, 스타일, 연기, 댄스, 사진 등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워너비’들은 성형을 통해서까지 스타처럼 되려고 한다. 서울 신사동 연세진 성형외과 이상석 원장은 “김남주, 김희선, 고소영에 이어 최근에는 이효리처럼 되고 싶다는 상담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얼굴뿐만 아니라 가슴, 배꼽 모양까지도 스타를 닮고 싶어하는 경향이 생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룸살롱 아가씨들도 “스타처럼…”
광화문 탑성형외과 나민화 원장은 깔끔한 외모를 앞세워 직접 자신이 영화 속 포스터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병원 홍보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을 성형외과 의사가 직접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스타를 닮았다는 것이 매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성형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여의도 Y룸살롱 마담 최모씨는 “한동안 손님들이 이영애, 김혜수 닮은 아가씨를 찾았는데 요즘엔 역시 이효리 닮은 아가씨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업소가 방송국 근처에 있어서 손님들이 더욱 민감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T룸살롱 마담 김모씨는 “이효리 닮은 아가씨가 팁을 많이 받는다”면서 “한 번에 2~3테이블이 아니라 5~6테이블까지 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워너비 신드롬’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스타들이 멋있어 보인다며 따라하는 모방범죄의 경우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화 ‘친구’ ‘주유소 습격사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주인공들이 저지른 살인, 절도, 방화를 모방한 범죄가 최근까지 수차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대중문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자신이 반드시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할리우드 근처에 모이는 ‘할리우드 임팩트’가 있다. 이들은 배우와 비슷한 외모를 가꾸며 점원, 가이드 등으로 일한다”면서 “한국에도 이미 강남에는 패션, 성형 등으로 스타를 닮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청소년들이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에게 너무 깊숙이 감정이입을 시키다 보니 자타, 현실과 환상 경계구분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소극적으로는 이소룡이 나왔을 때 쿵푸를 배운다든지, 주윤발이 나왔을 때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모형 쌍권총을 들고 다니는 현상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최근의 워너비들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대중문화상품을 소비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는 적극성도 지니고 있다”면서 “문화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재단해서 억지로 문제점을 찾아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한 원인”
이러한 워너비 신드롬 확산에 대해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김균 교수는 “워너비의 증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서 “이제 영상물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스타의 이미지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면서 스스로가 스타를 닮고 스타처럼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정재형 교수는 워너비 신드롬 확산 원인이 영상, 첨단기술의 발달에도 있다고 한다. 그는 “첨단 영상, 음향 기술의 발달로 드라마, 영화를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것이 워너비들의 증가를 부추겼다. PC게임에 빠져있는 ‘폐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게임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한다”면서 “과거 흑백TV, 무성영화 시절에는 막연한 공상 속에서 자신이 스타가 되는 것을 즐겼으나 앞으로 3D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가상현실, 입체화면을 즐기다 보면 ‘워너비 신드롬’은 더욱 확산될 것 같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현실과 ‘갭’이 커질수록 상실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ihs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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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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