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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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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N매거진] 삼수생이 이효리에게 작업 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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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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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상상력과 인터넷 문화의 만남 [삼수생의 사랑이야기]
대책없는 삼수생이 이효리에게 작업 들어간다? 물론 실제상황은 아니고, 영화 속의 이야기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이원영씨의 소설 <삼수생의 사랑이야기 >(제작 튜브픽쳐스)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며, 여주인공역에 국내의 대표적인 아이돌 여성그룹 '핑클'의 스타 이효리가 캐스팅됐다.
<삼수생의 사랑이야기>는 음대를 지망하는 별볼일없는 삼수생 남자가 미술을 전공하는 여대생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줄거리의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다. 현재, 여주인공 유니 역의 이효리만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고, 감독과 남자주인공 역은 아직 미정이다.
이외에도 또다른 여고생과 대학생간의 사랑을 다룬 이햇님씨의 인터넷 소설<내 사랑 싸가지>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할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상반기 화제작이던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마찬가지로 대박영화의 소재 발굴지로 자리잡은 인터넷 소설들이 또다시 흥행의 견인차가 될수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동갑내기 과외하기까지>
그동안 기획력 부실과 소재 한계로 고심해오던 국내 영화계는 꾸준히 신세대적인 문화의 보고라고 할수있는 인터넷 속의 소재발굴에 주목해왔다. 그 첫번째의 성공적인 결과물이 바로 <엽기적인 그녀>(곽재용 감독)다. PC통신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을 통하여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김호석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2001년의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나이지긋한 어른의 머리에 토사물을 쏟아내고, 공공장소에서 남자친구에게 구타와 욕설도 서슴지않으며,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듯한 엽기적인(..이라기 보다는 살벌한) 그녀, 매번 그녀에게 시달리면서도 결국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라기보다는 죽지못해) 받아주는 순정남 견우, 이들의 일콩달콩한 로맨스는 국내 순정멜로의 대부 곽재용 감독에 의하여 신파와 코미디에 N세대 문화를 적절하게 배합시킨 작품으로, '엽기'라는 코드를 문화적인 유행으로까지 발전시켰다.
두번째 이야기는 바로 올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 역시 인터넷 유머게시판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 최수완씨의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등록금때문에 마지못해 과외를 하는 어리버리한 서민층 여대생과, 건방지고 무례한데다 나이까지 많은(?) 상류층 고등학생이 사제관계로 만나지만, 알고보니 동갑내기라는 황당한 설정하에서 인연을 키워나간다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비정상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 제작준비중인 <삼수생의 사랑이야기>까지 세 작품은 모두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로맨틱 코미디는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절대 일상적이지 않다. 특정한 인물이나 직업,환경 등을 희화화시켜서 현실에선 생각할수없는 환상적인 스토리로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장르다.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이처럼 '엽기적인'그녀를 만나거나 거칠고 막나가는 '동갑내기'를 과외할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될까? 또한 그 인물이 실제 전지현이나 권상우라고 해도 쉽게 사랑할수 있겠는가?
여기서 인터넷 속의 '엽기발랄'한 상상력이 바로 이야기의 밑바탕이 된다. <엽기적인 그녀>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어찌보면 비극(?)에서 출발한다. 원작자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동기는, 가만히 살펴보면 '재수없는 경험담'이거나 '황당한 추억'에 대한 신세한탄에서 출발한다.
엽기적인 그녀에게 두들겨 맞고, 동갑내기 늙은 고삐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것은 상식적인 기준에서 봤을때 충분히 모욕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런 짜증나는 신세한탄에서 머물지 않고, '엽기발랄'을 보편화된 문화로 수용하는 젊은 세대의 톡특한 사고에 의하여 즐거운 웃음거리로 치환된다.
엽기적인 그녀와 늙은 동갑내기 자체는 전혀 우습지 않은, 그저 황당하고 어이없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사자보다 더욱 황당한 서술자 '견우'나 '수완'의 엽기발랄한 시선(약간 나사풀린)에 의하여 사건을 수용하면서, 그 내용을 해석하는 방식도 전혀 달라지게 된다. 즉, 두 작품을 구성하는 키워드는 주인공보다 서술자 자신의 시선속에 들어있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상상력에 기인한다.
새털같은 가벼움의 미학
인터넷 문화는 자유로움에 그 바탕을 둔다. 알고보면 상당한 문화적 제약속에 알고있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무제한의 자유와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속에서 종종 탈출구를 찾는다. 엽기가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될 수 있는 원동력도 자유로움을 제약받는 국내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수 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PC통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문화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산하는 갈증의 해방구 역할을 담당했다. 이것은 수동적으로 일부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만 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문학의 수요자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쌍방향 소통으로 발전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 문화가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영화계에서는 허무맹랑하게 보일지라도 젊은 세대 특유의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을 표출하는 인터넷 문화가 영상의 미학을 통해 구체화되는 영화적 상상력과 코드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동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가장 민첩하게 포착하여 구체화시켜야하는 분야라는 점에서도 방향이 같다.
인터넷 소설들이 전문 작가들의 소설보다 더 환영받은 이유는 이런 시의성에 있다. 또한 상업적으로 영화화가 용이하고, 원작의 수정이 쉽다. 전문 작가들은 원작의 수정에 까다로울 뿐 아니라,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주제의식이 훼손되는 것에 민감하다. 그러나 인터넷 소설들은 애당초 가벼운 가십거리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들이다. 원작을 사들이는 것도 싸게 먹히고, 주제의식 따위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 문화속의 다양한 상상력들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모두 소화되기에는 갈길이 멀어보인다. 지금까지 영화화된 작품들이나 현재 충무로에서 검토중인 이야기의 소재들이 대다수 전작들의 아류를 넘어서지 못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넷 소설들의 강점은 현장성이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며 감성 변화에 민감하고 소재가 즉흥적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속에는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이 없다. 정제되지 못한 언어, 지나치게 과장되고 정형화된 인물들, 인간관계에 얄팍하고 왜곡된 인식들이 종종 넘쳐나는 경우를 흔하게 볼수 있다. 이것은 일간지의 저널리즘과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
저널리즘은 현장성과 신속성을 주무기로 한다. 현장의 정보에 대한 가장 빠른 전달이 키포인트가 되지만, 그중에서 종종 현실에 대한 공정한 인식이나 내용의 깊이는 생략된다. 그 가벼움은 종종 사회현상에 대한 결여된 현실의식을 드러내기도 하고, 의미없는 공허한 웃음이나, 왜곡된 정보의 나열만 불러오기도 한다.
인터넷 문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추어들의 인터넷 소설의 활자화된 전문 작가 집단의 소설이 가지는 깊이는, 일간지(저널리즘)와 학술 논문(아카데미즘) 정도의 차이와도 유사하다.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때때로 인터넷 문화의 저질화를 우려하게도 만든다.
단순히 공허한 웃음을 울리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인터넷 소설의 다양성도 이제 영화적 상상력으로 소화할만한 때가 되었다. 제도와 형식의 틀을 벗어난 자유롭고 엽기발랄한 상상력을 모태로 하는 인터넷 문화가, 퇴행적이고 시류에 편승한 일부 트렌드 코미디의 최후의 밥줄 정도로만 인식되어진다면 영화 소재의 영역을 넓힌다는 발전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목 기자
2003-06-26 16:46:00 [자료제공 : 오마이뉴스]
* 출처 : N 매거진
( http://news.naver.com/nmagazine/nm_read.php?section=36&no=7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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