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현장에서>"히트곡 10분이면 만들죠"
지난 8일 오후 서울 논현동 코아스튜디오.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인 박근태(31)는 이날도 10억짜리 대형 콘솔(음반 녹음의 핵심이 되는 장비) 앞에서 녹음작업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니터에 는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될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고 있는 옥주 현의 모습이 보였다.
"주현씨, 그 부분은 좀 차분하게 가는게 어 떨까." "제 생각엔 좀 더 내지르는 게 나을거 같은데요." 박근태 는 한국 가요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작곡가다 .
지 난 91년 데뷔한 이후 만든 노래만 200여곡.
이가운데 30여곡이 소위 대박난 노래들이다.
1년에 버는 저작권 수입만 1억원에 달 한다.
음반 제작자들이 보따리에 돈을 싸들고 와도 곡 받기가 하 늘의 별따기라는 히트제조기.
인터뷰를 시작하려는데 곁에서 옥주 현이 "근태오빠 노래는 무조건 좋다는 확신이 있다"고 한마디 거 들었다.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박근태는 가수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곡을 만들기에 앞서 가수의 장단 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가령 가수 t(윤미래)와 장나라는 음악 스타일이나 목소리가 전혀 다른 가수다.
t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신나게 풀어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장나라의 경우엔 음악적 내실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나라의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가장 좋은 목 소리를 뽑아내기 위해 애썼다.
“가수와 함께 틀을 짜고 그 안에 장점들을 쏟아붓는거죠.
그러 기 위해서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 때문에 박근태는 일하는 시간만큼은 가수들에게 혹독하다.
“저한테 걸리면 죽는거죠(웃음).” ◈히트곡의 90%는 10분안에 만들었다〓‘히트곡’이라고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 아닙니다.
고민하는 시간이 짧으면 짧 을수록 더 히트해요.” 박근태가 작곡한 성시경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는 10분만 에 만들었다.
그룹 ‘샵’의 ‘스위티’는 2분만에 작곡했고 김 현정의 ‘단칼’도 5분이 채 안 걸렸다.
그가 곡을 만들 때에는 한가지 철칙이 있다.
그 가수가 과거에 부른 노래들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
강태규 팜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이에 대해 “다른 작곡가들이 전 작에서 아이템을 찾으려 애쓰는 데 반해 박근태씨는 새로운 걸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그러다보니 남보다 앞서갈 수밖에 없다 ”고 설명한다.
바로 이 점이 또다른 히트 비결이다.
“전작을 듣게 되면 제약이 생기죠.
여러가지 상상의 길이 있는 데 굳이 과거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는 없어요.
재탕은 죽어도 싫 거든요.” 3월에 선보일 옥주현의 앨범만 해도 그렇다.
옥주현은 “이번 앨 범에 핑클 냄새가 나는 곡은 전혀 없다”며 “핑클 때는 내 목소 리 톤이 항상 똑같았는데 이번에 그 고정관념을 깰 것”이라고 자신한다.
◈대박난 가수와는 작업 안한다〓“1등보다는 1등에 가까운 가수 들과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보람이 있거든요.” 그는 지난해 그룹 ‘쥬얼리’의 2집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쥬 얼리’는 1집 앨범에서 재미를 못봤지만 2집에서는 크게 성공했 다.
또 지난 2001년에는 오랜 공백기로 가수생활이 불투명했던 t 에게 ‘시간이 흐른뒤’라는 곡을 만들어줘 대박을 냈다.
“지난해 12월에 한 정상급 가수가 찾아와 곡을 달라고 했지만 못줬어요.
곡도 써놨지만 끝내 주질 못했어요.
‘이건 히트가 안 될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제 록음악으로 승부한다〓그는 작곡가 데뷔 시절 고생도 ‘ 더럽게’많이 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음악, 신인 작곡가라는 이유로 일일이 간섭하는 음반 제작자와의 갈등, 그리 고 가난이라는 굴레.
작곡가가 되기 위해 공사장 막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우유·신문 배달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작곡가 지망생들이 많아요.
힘들죠.
하지만 본인만 준비가 충 실히 돼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을 사랑해야한다는 거죠.” 박근태는 최근 그룹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과 모 음료회사 의 CM송 작업을 마쳤다.
조유진의 목소리에 반한 그는 또다른 가 능성을 엿보고 있다.
“지금까지 힙합이나 R&B앨범만 만들었는데 이제 록음악을 해 볼 생각입니다.
언더에서 활동중인 록밴드들과도 작업하고 싶은 욕 심이 있습니다.
저는 더욱 더 발전하고 싶으니까요.” 박근태의 작곡 및 프로듀싱 경력 94년―룰라(백일째 만남)95년―디제이덕(나의 성공담), 소찬휘(헤어지는 기회), 한·중합 작영화 ‘언픽스’ 주제가 및 O.S.T 작곡97년―에코(행복한 나를), 젝스키스(폼생폼사), 소찬휘(약속된 후회), 쿨(송인)98년―타샤니(경고), 샵(텔미 텔미), 룰라(무빙)2000년―에코(그대도… 내게도…)2001년―t(시간이 흐른뒤)2002년―t(메모리즈), 쥬얼리(어게인), 성시경(우린 제법 잘 어 울려요), 김현정(단칼), 장나라(혼자서도 잘해요), 신승훈(그대 여서 고마워요) /이승형기자  lsh@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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