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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미소횰

[기사] 인스타일 7월호 - VISION OF LIFE

2004/06/19

게으른 하와이의 땅거미는 저녁 8시가 넘어서 어둑한 정체를 드러냈다. 가로등이 드문 빅아일랜드 힐튼 리조트의 사위가 검정색 커튼을 드리운 듯 완전한 어둠에 휩싸인 10시경, 효리의 방문을 두드렸다. 화장기를 걷어내고 미소로 문을 연 그녀의 얼굴엔 성지 순례를 마친 순교자처럼 행복한 피곤함이 만개해 있었다.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듯 뜨겁게 내리쬐던 한낮의 햇살 때문에 튜브 톱 위로 드러난 어깨의 브라운빛 채도는 더욱 높아져 있었다. 덜컹거리는 밴에 몸을 싣고 빅아일랜드를 가로질러 대장정의 화보 촬영을 마친 날, 밤이었다. “어서오세요.”

공식적으로는 ‘개점 휴업’의 간판을 내건 요즘, 그녀는 지난 겨울의 숨쉴 틈 없이 바빴던 스케줄에 대한 달콤한 보상을 받는 중이었다. “아마 올해 안에 앨범 활동을 하긴 힘들 거예요. 활동을 시작해도 홍콩에서의 영화 촬영이 먼저 일 것 같구요.” 가파른 커브를 그리며 빠른 가속으로 이효리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돌 그룹의 일원에서 MC로, 솔로가수에서 이젠 배우로의 도약까지 넘보며. 한 신문은 그녀가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건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기사예요. 그들이 보낸 시나리오를 제가 고를수 있는 권리가 있었는데 보낸 것마다 저의 캐릭터와 맞지 않아서 다른 걸 보내달라고 했던 것 뿐이죠.” 연기자로서 어떤 ‘캐릭터’를 보여준 적이 없는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캐릭터와 맞지 않았다’는 건 어떤 예상 답안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을까. “가수로서 가지고 왔던 이미지요. 받아본 시나리오가 대부분 홍콩 사극물이었는데, 연기 경험도 없는 제가 도전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았어요. 제가 그리 고전적인 얼굴도 아니잖아요?”

그녀에게 지난 2003년은 26세 인생에 커다란 방점을 찍어도 좋을 만큼 화려한 ‘봄’이었다. 4명의 소녀들이 만들었던 핑클이라는 견고한 장막을 벗어나 낯선 MC 마이크를 잡았고, 혈혈단신으로 무대에 도전했다. 다른 멤버들의 자리가 비워져 있다는 결핍감을 느낄수 없을 만큼 그녀의 솔로 무대엔 여백이 없었다. 마치 독무대를 갖기 위해 핑클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워밍업을 해온것처럼. 그리고 그녀에게 쏟아진 뜨거운 반응은 연말 방송사 가요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독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번 앨범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트로피를 받으면서도 ‘왜 받는거지?’하는 생각이 더 많았어요.” 성공적인 솔로 데뷔에 보내는 축포치고는 너무 화려했지만 정작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그녀는 그 흔한 ‘악어의 눈물’ 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주위에선 울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의아해했지만, 기쁘다기보다는 다른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했어요. 저보다 훨씬 열심히, 잘한 다른 가수들도 있는데 말예요. 내 자신이 트로피에 걸맞는 실력을 갖췄다기보다는 거품만 키워지는 기분이었구요.” 구름 위를 걷는 듯 했던 시간들 속에서 혼란스럽기는 ‘섹시 스타’의 탄생을 지켜본 대중들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체의 가십난에 오르내린 그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니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너무나 많은것들이 급작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그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반대로 하기 싫은것도 해야 했어요.”

3년 만에 대학 캠퍼스로 돌아온 그녀는 6년간의 연예계 생활이 자신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 요즘 들어 새삼 절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솔로 데뷔 이후 바깥으로 나와 본 세상은 알을 깨고 젖은 날개를 푸덕거리기 시작한 어린 새의 눈에 비친 그것처럼 생경하고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스무살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기분이예요.” 친구들이 수다의 도마 위에 주로 올리는 결혼과 취직이라는 소재가 아직도 그녀에겐 이명 현상처럼 귓전에서 윙윙거릴뿐,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수많은 청중들의 눈빛을 상대로 무대 위에서 펄펄 뛰어다니는 건 쉬워도, 평범한 일상 속의 당연한 절차들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큼 힘들었다. “얼마 전에 통장을 분실했는데 새로 발급 받는것조차 저 혼자의 힘으로는 힘들더라구요. 3년만에 학교에 복학했는데 수강 신청 방법을 다 잊어버려서 조교의 도움으로 했다니까요. 이러다간 나중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건 아닌지, 지금처럼 도와주는 이들이 없으면 그땐 어떻게 할지, 걱정되더라구요. 모든걸 척척 알아서 해결하는 남자를 만나야 하나?”

그녀 특유의 솔직함과 털털함에는 인공적으로 계산된 냄새가 없었다. 박수홍, 신동엽과 같은 장안의 인기 MC들과 나란히 마이크를 잡았을때에도 굳이 그들보다 나아 보이기 위해 치장하지 않았고, 이 모습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바꾸지 않았다. “방송을 일년에 한 두 번 하는것도 아닌데 어떻게 나갈때마다 일일이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할수 있나요?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는게 신기해요.” 저녁 식사 시간, 중국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메뉴들을 줄줄 읊어대던 그녀는 잘게 부순 얼음이 가득한 잔에 칭따오 맥주를 따르면서 말했다. “이렇게 마시면 정말 맛있어요. 한번 해보세요.” 언더락 비어라니,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원형 식탁에 앉은 모든 이들은 주술에 도취된 듯 서빙된 잔에 칭따오 맥주를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애주가로 유명하다는 것을 굳이 함구하지도 않았고 결격 사유인 양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술과 친밀한건 집안 내력이기도 했으니까. “전도연씨나 이영애씨도 술을 잘 마신다고 들었는데 방송에서는 그런 말을 안하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단아한 배우라고 생각하겠죠. 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솔직히 얘기하니까 그렇게 보이지 않나 보다 싶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숨기고 싶지도 않고 술 못 먹는 참한 이미지가 부럽지도 않거든요.” 낙지볶음집에서 보았던 산사춘 광고 포스터가 생각났다. 그 포스터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다가 산사춘보다 그녀의 눈빛에 먼저 취한 남자, 전국 팔도에 이미 셀수 없으리라. “그런데 얼마전에 계약기간이 끝났어요. 서운하던데요. 하하.”

연예인은 대중들의 시선에 반응하는 모습을 기준으로 세 부류로 나눌수 있다. 타인의 관음을 즐기는 부류, 보든 말든 무심한 부류, 부담스러워하는 부류로. 그 가운데 효리는 자신이 마지막 부류에 속한다고 자평했다. 의외였지만, 웃으면 초승달처럼 굴곡지는 그녀의 눈매속에 언뜻 수줍음과 소심함이 스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제가 화통하고, 대범한줄 아는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솔직하지만 소심하고, 완벽주의자에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 모험을 싫어하는 A형의 성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그녀도 내적인 충돌을 겪는게 다반사였다. “같은 핑클 멤버였던 주현이나 진이만 봐도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데 저는 달라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으면 ‘왜 쳐다보는거지?’하는 생각부터 들고 ‘내 옷차림이 이상한가?’하다가 결국 우울해져요.”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야 하는 연예계라는 토질도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코드가 통한다고 느끼면 관계를 이어온 결과, 그녀의 주위엔 ‘편애’ 리스트가 늘었다. ‘데뷔때부터 저를 지켜봐 준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분들과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어요. 믿음과 의리를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시 하거든요. 좀 건달 같은가요? 주위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나를 믿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저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녀가 데뷔와 동시에 환영의 박수만 받고 살아온 건 아니었다. 하와이로 떠나기 며칠 전, 모신문에는 이효리와 비욘세, 아무로 나미에를 비교 분석한 글이 실렸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반갑고 황송한 논지는 아니였다. 가수로서의 가창력을 의문시하면서 춤과 노래를 병행하는 세 가수를 얘기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이효리의 가창력에 실망스러운 점수를 주고 있었다. “핑클은 주로 립싱크를 많이 했고 주현이가 리드 싱어였으니까 그럴수밖에요.” 그녀는 당분간 이런 논쟁의 도마에 계속 오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로활동을 한다는것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차분하게 준비하지 못한게 사실이예요. 지금은 그게 가장 아쉬워요.”

전봇대처럼 쭉 뻗은 몸매는 아니지만,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는 ‘커브’는 여성의 몸에 대한 가치관을 단번에 전복시켰다. 장작개비처럼 마른 몸을 선호하던 사람들은 그녀의 탄탄한 복근과 풍만한 가슴에 일제히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황무지 개발붐이라도 일어난것처럼, 밋밋한 직선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몸에 커브를 만들자며 각성하기 시작했고 헬스클럽은 불야성을 이루었다. 그런데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에 적잖이 부딪쳤을 그녀의 몸은 잠정적인 휴식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음을 말해주기라고 하듯, 약간 살집이 붙은 상태였다. “광고 촬영 때문에 (권)상우씨와 함께 호주에 간적이 있었는데 서로 보면서 물었어요. ‘왜 상우씨가 몸짱이야?’했더니 상우씨도 ‘왜 효리씨가 몸짱이야?’하더라구요. 서로의 고통을 십분 이해할수 있었어요. 저는 스스로 몸짱이라 생각한적도 없는데 왜들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털털한 성격대로 이전에는 외출할때에도 맨얼굴에 힙합 바지와 모자만 있으면 준비 끝이었는데 ‘몸짱 열풍’은 그녀의 외출에 반갑지 않는 족쇄였다. “헬스클럽도 마음놓고 갈수가 없다니까요.” 살이 찌면 그럴수도 있다고 넘기던 그녀가 이젠 살이 조금이라도 붙으면 그냥 넘길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게 반신욕이예요.”

덮개의 효용, 자신이 좋아하는 물 온도 등에 대해 시간만 나면 반신욕의 장점을 열강하던 그녀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에 빠지면 무섭게 몰입하는데 요즘은 반신욕에 빠져있어요. 뜨개질에 빠졌을 때에는 눈이 벌개지도록 뜨다가 하루 만에 스웨터를 만들기도 했다니까요.” 그녀가 입고 있던 스카이 블루빛의 튜브 톱과 스커트는 하와이에 도착하던 날부터 3일째 내리 선택받은 아이템이었다. “핸드폰도, 시계도, 옷도, 가방도 한번 꽂히면 계속 그것만 줄기차게 이용하는 스타일이예요. 남자친구도 그렇구요. 하지만 해도 해도 모자란게 사랑의 경험인 것 같아요.” 현재 그녀의 남자친구 자리는 공석이지만, 사랑의 경험은 무대에서의 노래와 연기를 모두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사적인 생활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표면적으로 봤을때는 J.Lo가 저의 롤모델에 가까워요. 연기도, 노래도, 사업도 모두 대중적으로 성공했잖아요.” J.Lo가 가진 대중적인 코드를 좋아하고 자신도 커머셜한 이미지로 다가가길 원한다는 이효리. 욕조에 몸을 담그는 동안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그녀가 가방을 열었다. “어떤 책을 가지고 들어갈까요?” 무라카미 류의 <69>와 에쿠니 카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Orange>, 두 권이 있었다. 하루키보다는 류를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69>를 권함과 동시에 대신, <냉정과 열정사이>는 부담없이 읽힌다는 부연설명을 달자 주저없이 에쿠니 카오리를 선택한 그녀. 총대를 매고 음악계라는 험준한 산야를 달리는 잔 다르크가 아닌, 더없이 지능적이고 총명한 엔터테이너의 완성을 기다려도 좋을 것 같았다.

못다 한 이야기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자유로 가득한 땅, 하와이의 빅아일랜드. 그러나 막상 빅아일랜드에 모인 10명의 스태프들은 넋놓고 그곳의 풍광에 압도당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광활한 대지를 달려 촬영에 적당한 장소를 찾고, 촬영을 마치면 다시 달리고. 로드 무비 스타일로 가자는 촬영 컨셉트를 의식한 건 아닌데, 모든 스태프들이 1박2일 동안 본의 아니게 로드 무비를 찍은 셈이었다. 서울의 햇살에 익숙했던 피부는 군고구마처럼 벌겋게 익었고, 땀과 메이크업이 혼연일체되었지만 간간히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건 털털하고 씩씩한 효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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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팬	이 긴기사를올려주신 행복미소횰님 감사^^,,,,, 늘 느끼는거지만 멋있는 사람 이효리라는사람,,,,	x	2004/06/19



효리짱	아~~ 정말 멋진 사람이에여... 정말 너무 너무 좋아여.. ^^;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행복미소횰님... ^^	x	2004/06/19



....	정말 너무 멋지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분입니다...T-T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님~~^^	x	2004/06/19



횰싸랑행	정말 잘읽었습니다..^^	x	2004/06/19



mj4032	기사 정말 잘읽었습니다...... ^^ 효리양은 방송으로 보여지는것보다 이런면이 훨씬 더 효리양을 좋아하게 만들고 좋게보게 만드는거 같아여... J.Lo면 제니퍼로페즈를 말하는건가?? 그런거같은데..	x	2004/06/19



깔롱	J.Lo는 제이로죠.제니퍼로페즈맞습니다.역시나 제이로를 롤모델로 삼으셨군요.솔직한 효리씨의 모습이 좋습니다.제 롤모델은 효리씨랍니다 ^^	x	2004/06/19



미르	기사 잘읽었습니다..(__) 정말 쓰레기 같은 연예 신문들의 기사와는 다르게. 오랜만에 진짜 리더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기사였던거 같습니다..	x	2004/06/19



angal2	기사 잘 읽었구요..정말 신문기사와는 질이 다르군요..리더는 류를 좋아하셨구려..난 하루키 쪽이었는데..	x	2004/06/19



minami	행복미소횰님.....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더씨... 정말 당신을 싸랑합니다...	x	2004/06/20



효리내꺼	인터뷰기사가 참 맘에 드네여. 인간미가 넘치는게.................^^*	x	2004/06/20



낙인효리	아~,후.머리가 조금 복잡해 졌습니다^^;조금 슬프기도 하구요ㅎㅎ,근데 부럽네요..하루 종일 효리양 곁에서 효리양과 심도깉은 얘기를 주고나눈셈 이니까요^^;효리양의 머리속에는 뭐가 들어있을 까요??,그나저나 권상우씨랑 저런 얘기를 나눴을 줄이야.ㅎㅎ,효리양 사랑합니다..	x	2004/06/20



미르	저도 사실; 이 기사 보고 조금 슬프긴 했답니다; 뭐라 이유를 말하긴 좀 뭐하지만; 여튼요..^^;	x	2004/06/20



반쪽사랑	^^♡	x	2004/06/21

	[기사] 소녀 스타들 ‘여자 변신’ 빛과 그림자 [2]	행복미소횰

[정보] 6월 23일, 24일(수,목) 황태자의첫사랑(1회,2회) 미리보기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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