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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짱    [기사] [스타 메이커] 캐스팅 디렉터 김수현 2003/04/10
캐스팅 디렉터 김수현
그의 눈에 띄면 뜬다…거리의 '스타사냥꾼'



연예인들에게 데뷔 계기를 물으면 "우연히 거리를 지나다 캐스팅 됐어요"라고 하는 걸 종종 듣는다. 탤런트라면 몰라도 가수까지 길에서 캐스팅 됐다니. 스타 지망생에게는 복권당첨 못잖은 행운이다.
그래서 여의도 방송국 근처와 압구정동 청담동 등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찍히기 위해' 종일 거리를 배회하는 10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운명을 하루 아침에 바꿔 놓을 사람, ‘캐스팅 디렉터’는 요즘 연예기획사의 주요 보직이다. 과거에는 방송국 PD들이 이 일을 맡아 했지만 지금은 기획사마다 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유행의 변화가 빠르고 사람들이 쉽게 싫증을 느끼다 보니 계속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압구정동·신촌·대학로등 새얼굴 찾아 종횡무진 발품


김수현(金수현.35)씨는 이 분야에서 가장 명성 있는 사람이다.

아침 일찍 운동복 차림으로 여학교 정문 앞에 나가 2시간 동안 등교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일과의 시작이다. 점심때는 학생 준비물을 챙겨온 양 정문을 뚫고 교내매점까지 침투해서는 ‘정밀 탐색’을 하기도 한다. 하교 때는 또 다른 학교 앞으로 이동해 떡볶이 집까지 섭렵.

밤에는 나이트클럽을 훑고, 주말이면 강남역 대학로 롯데월드 홍대앞 신촌 등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간다.

8일 오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입구. 2시간 동안 진을 치고 선 김씨가 수시로 10대 후반, 20대초의 젊은 남녀를 가로막고 말을 건다. 예상과 달리 쉽게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요소에는 김씨 같은 사람들이 많이 배치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놀라지도, 경계심을 갖지도 않는 표정들이다.

봄 가을에는 좀 더 자유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소풍장소와 학교축제가 주무대이다. 청소년 대상 콘서트는 끼있는 재주꾼이 많이 모여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이다. '터'가 따로 있는 것인가. 스타가 나온 학교에서는 다음 월척이 잡힐 가능성이 커 더욱 자주 찾게 된다.

이제는 학교나 학원에서 괜찮은 애를 보았다며 정보원 역할을 해주는 후원자도 생겨났다.그의 눈이 훑고 가는 얼굴은 많은 날은 1만명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SES의 유진을 시작으로, 핑클의 이효리 성유리 이진, 신화의 김동완, 클릭B의 김상혁 유호석 오종혁 김태형, UN의 김정훈, 주얼리의 서인영, 이글화이브의 론, 클레오의 채은정, 그리고 다나 박지윤 등 그의 눈에 띄어 스타가 된 인물은 부지기수이다.

96년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HOT 매니저를 하면서 연예계와 연을 맺어 이제 8년째.

그는 특전사 하사관 출신으로 특공무술 4단의 유단자이다. 제대 후 태권도를 가르치고 스키강사도 하다가 운동선배인 SM 김경욱 매니저(현 사장)의 소개로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인기절정의 HOT 매니저를 맡게 된 것은 행운이었으나 하루 두시간 이상 눈을 붙이지 못하는 고생이 계속됐다. 종일 방송국, 공연장, 행사장을 따라 다니며 뒷바라지 하고, 새벽 2시에 일이 끝나면 접대와 업무 관련자 들과의 만남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던 중 유진을 만났다. HOT의 영상집을 만들기 위해 괌에 갔을 때 공항에서부터 따라 오는 유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외국인인 줄 알고 피하려다가 종이와 펜을 건네며 “아저씨 사인 좀 받아주세요” 하는 말에 깜짝 놀란 후 4박5일간 도움을 받으며 가까이 지내게 됐다.

이국적이면서 청순한 얼굴과 티없는 성격. 유진으로 인해 당초 힙합전사들로 팀을 만들려던 회사의 계획은 흰 티셔츠 차림에 청순미를 강조하는 SES의 탄생으로 급선회하고 곧 대박이 터졌다.

당시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이효리 성유리를 이 그룹에 넣으려던 시도는 한국(바다) 일본(슈) 미국(유진) 3개국 출신이라는 컨셉이 낫다는 회사의 의견에 따라 불발. 그러나 98년 회사를 대성기획으로 옮긴 후 SES에 맞설 핑클을 구성할 때 이효리 성유리를 넣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효리는 방배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 인근 학교 앞에서 발굴했고, 성유리는 어린이 대공원의 사생대회에 가서 찾아낸 얼굴. 이효리는 바람에 헝클어진 단발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제2의 이미연’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성유리는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으면서도 개구장이 처럼 툭툭 내뱉는 대답이 예쁜 얼굴과 함께 끼를 느끼게 했다.

이어 SM의 신화에 대적할 클릭B를 만드는데 고교생들을 대거 투입했다. 이중 김상혁은 잠실 선착장 근처 터널에서 밤중에 마주친 얼굴. 어둠 속에서도 순간적인 직감에 ?떵봉?집으로 끌고가 전구 捻岵?비춰 보니 “예술이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튀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게다가 꾸며서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의 어눌하고 순수한 모습은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유호석 김태형 오종혁도 음악을 들은 게 아니라 길에서 얼굴을 보고 뽑아다가 가르친 경우이다. 회사에서는 조급증을 보여 고1생들을 바로 데뷔시키자 했고, 본인은 더 가르쳐 대학때 내보내자며 의견이 충돌, 결국 세팅만하고 음반녹음중 회사를 나왔다.

UN의 김정훈은 고3때 한 연예기획사가 롯데월드에서 주최한 가요제에서 보고 연락처를 확보해 놓았다가 서울대에 입학한 후 만나 연습시켜 가수 임창정에 연결했다. 얼굴에서부터 재능과 끼등 모든 것이 완벽한 스타감이었다.

대학로의 친구 생일모임에 가던 김동완은 많은 사람 틈에서 전혀 튀지 않으면서도 비범한 모습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마침 김동완도 자신의 노래 테이프를 갖고 다닐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던 터라 SM의 오디션을 거쳐 신화의 멤버로 합류시켰다. 클레오의 막내 채은정은 압구정동에서 막 버스에 올라 타려는 순간 달려가 붙잡았다.

요즘 눈에 띄는 10대중에는 해외동포가 적지 않아 급하게 영어 통역을 부르는 적도 있다. 얼마전 솔로로 전향한 이글파이브의 론이 그랬다.

김수현씨는 그 동안 큰 돈을 벌었을 것 같지만 아직 미혼에 임대 사무실과 승용차 하나를 제외하면 빈털터리이다. 뜨고 나면 변하는 연예인과 자신이 캐스팅 한 신인들로 수백억을 벌면서도 한푼 안주는 기획사들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만이 남았을 뿐이다.

“내가 캐스팅 한 가수의 음반 판매액에서 장당 10원씩만 주었어도 10억원은 벌었을 겁니다. 기획사들은 잘 되면 돈을 주겠다고 해 놓고서는 비용을 제하면 번 게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죠. 그 회사들 회계장부를 볼 수도 없으니 힘없는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단순한 미남·미녀 아닌 대중문화 흐름 맞아야


그동안 신인을 발굴하면 기획사에 연결시켜 주었으나 98년 롯데월드 댄스대회 객석에서 발견한 초등학교 6학년생 다나는 처음으로 그가 발굴부터 교육, 음반제작,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했던 가수이다.

당시 보아에 비견될 정도의 유망주로 꼽힌 다나는 그가 3년간 모든 꿈을 걸고 만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국 10년 계약이 지켜지지 않고 결별한 상태.

요즘에는 KBS ‘자유선언 토요 대작전’ 장미의 전쟁 코너에 출연중인 강정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01년 삼성동 코엑스 서점에서 만난 강정화는 당시 호주 시드니에서 유학중이라 1년을 기다려 졸업후 연예계에 데뷔시켰다.

김수현씨는 캐스팅은 미남 미녀 위주로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우리 문화와 대중 취향의 흐름에 맞출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런 얼굴에, 준비할 시간이 많은 10대가 좋다. 그후 교양있는 화술과, 춤, 노래를 가르치면 된다.

요즘에는 캐스팅할 때 가정을 많이 참고한다. 돈 때문에 연예계에 들어오면 결국 돈에 흔들릴 위험이 있는데다 대중의 우상이 되려면 그만한 인성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한번 점 찍으면 며칠씩 뒤를 따라 다니며 관찰하기도 한다.

초,중생들에게는 외국어와 운동을 겸한 춤을 익히고 음악과 영화에 관심을 가져 문화적인 창의력을 키우도록 한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라고 하면 공부든 무엇이든 즐겁게 해 부모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캐스팅하는 신인들을 보석이라고 표현한다. “캐스팅이 성공여부의 90%이상을 결정한다. 원석이 완벽하지 않으면 다듬어도 아름다운 보석이 안 된다. 기획력과 자본으로도 안되고 스타로서의 자질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는 또한 자신이 찾아 낸 보석들을 외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국내 시장만은 좁기 때문에 미국 일본무대를 계속 두들기고 최근에는 가수 예정인 지우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일본의 출판사 음반유통사 엔터테이먼트 회사들에 보내고 있다.

또 소속 신인들과 계약 없이 일을 하는 게 특이하다. 계약을 해도 마음이 변하면 떠나고 마는 게 연예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나서거나, 트레이닝중 외부의 유혹을 받고 사라지기도 한다. 나중에 계약서를 놓고 싸우느니 아예 처음부터 모두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믿음을 갖고 일해 보자는 게 김수현씨의 뜻이다.

“그 동안은 돈보다는 내가 찾아낸 신인들이 스타가 된다는 쾌감 하나만으로 일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회사를 키워야죠”

그는 이영애 안성기 전유성 처럼 항상 한결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며 그들을 자신이 키우는 신인들의 모델로 삼고 있다.





*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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