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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초롱    [정보] 트리플 크라운 기획기사 : 여름 연예계 정리 2003/09/02

  
정신없이 바빴던 것 빼고는 개인적으로 지옥같았던 여름이 끝났다. 어쨌건 그와 상관없이 돌아갔던 연여계에 대한 정리.

★ 영화

  10여년전, 여름방학기간에 ‘쥬라기 공원’을 보기위해 좀처럼 매진이 되지 않는 한 극장에 갔다가 영화를 보기위해 길 끝까지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기가질려 돌아왔던 적이 있다. 그만큼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힘은 대단했고, 그것은 영화 하나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벤트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여름에는 더 이상 그런 풍경을 보기 힘들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그런 현상들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지금의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서기 때문이다. 물론 ‘매트릭스 : 리로디드’와 ‘터미네이터 3’는 각각 전국 2-3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작품들의 유명세에 힘입은 초반 흥행의 영향이 컸고, 이들은 더 이상 국내 영화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이전처럼 ‘매트릭스 : 리로디드’ 한 작품에 의해 한국 영화들이 개봉할 엄두조차 못내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여름시즌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니모를 찾아서’도 국내에서는 전국 100만이라는 비교적 소박한(?) 스코어를 기록했고, ‘툼레이더’, ‘젠틀맨 리그’, ‘나쁜 녀석들’등의 작품들도 국내에서는 크게 눈에 띄는 관객동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완벽하게 메꿔준 것이 한국영화들이었다. 지난 199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여름시즌에서의 열세를 다른 기간동안 만회하며 헐리웃 영화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한국 영화는 올해 드디어 여름시장까지 장악하는 꿈같은 일을 해냈다. 이미 지난 5월의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된 한국영화의 강세는 여름에 그대로 이어져 ‘장화, 홍련’과 ‘싱글즈’,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이 연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네티즌 펀드까지 조성해야했던 ‘바람난 가족’도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는 이변을 낳았다. 거기에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나 ‘똥개’처럼 그렇게 이슈화되지 않은 영화들도 ‘최소’ 전국 100만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는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몇편의 흥행작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는 약점을 극복한 것이다. 적어도 영화계에 있어서 이번 여름시즌은 믿을 수 없는 여름이었다.
이는 영화계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여름시즌은 블록버스터가 흥행이 되는 것을 거의 당연시 해왔었다. 그러나 올해 여름시즌 한국 영화들은 많은 제작비와 스타중심의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지금의 한국인이 ‘한국영화’에서 찾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면밀하게 파고들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장화, 홍련’, ‘4인용 식탁’, ‘여고괴담 세 번재 이야기 - 여우계단’은 모두 여성이 작품의 중심에 있는 공포영화였고, ‘싱글즈’와 ‘바람난 가족’은 각각 20대 후반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과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가족의 이야기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즉, 이번 여름시즌의 한국 영화는 규모에 집착하기 보다는 주 관객층인 20대 여성 관객들이 관심있어할만한 소재들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고, 그것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특히 잇단 공포영화 제작과 그에 이은 성공사례들은 공포영화와 같은 장르물에도 분명한 ‘국적’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이 작품들은 장점만큼 단점도 분명했지만, 지금의 한국 관객들은 한국을 배경으로한 한국인의 이야기에서 공포를 느끼길 바랬던 것이다. 특히 ‘장화, 홍련’과 ‘4인용 식탁’에서 공포의 근원을 한국 여성이 느낄 수 있는 가족과 육아등에 대한 중압감으로 설정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원더풀 데이즈’와 ‘튜브’등의 실패와 맞물려, 지금의 한국영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규모의 영화’보다는 관객과 동시대를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지금의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서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가 영화로 표현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여름시즌의 흥행작들이 스타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는데서도 증명된다. 정우성과 전지현이 각각 출연한 ‘똥개’와 ‘4인용 식탁’은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했고, 반대로 신인들을 캐스팅한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과 신인급인 문근영과 임수정을 앞세운 ‘장화, 홍련’, 그리고 영화계에서는 아직 흥행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못한 배우들이 출연한 '싱글즈‘는 크게 성공했다. 지금의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것은 스타가 아니다. 스타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고, 그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트랜드를 읽어내고 영화로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기획력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성공까지 감안한다면, 올해만큼 영화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해지고, 그들의 이름이 부각된 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역으로 한국영화의 마지막 숙제가 ’블록버스터‘와 ’스타시스템‘의 정립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두가지는 영화가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블록버스터의 성공은 영화계의 전반적인 규모를 키울 수 있을뿐만 아니라 흥행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스타를 중심으로한 영화의 제작과 일정이상의 성공은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무리 영화 제작자들이 죽는 소리를 한다해도, 지금의 한국 영화계는 가장 좋은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 남은 것은 마지막 고지를 넘어서는 것 뿐이다.

★ 음악

★ 영화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음악계의 이번 여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 둘. 빅마마와 이효리. 물론 빅마마의 성공은 지난 봄부터 이어진 것이었지만 이들은 여름에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강세를 보이며 형제 기획사인 YG의 세븐과 함께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TV에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한터차트(www.hanteo.com) 10위권안에 남아있고, 휘성, 세븐, 거미등과 함께한 합동 콘서트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 이들은 실력으로 인정받고자하는 가수들의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수들이 실력만으로 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니다. 요즘 ‘언론을 통해’ 불고 있는 이효리 바람은 여전히 대중이 가수에게서 엔터테이너적인 재미를 요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방송을 통해 재미있고 섹시하며 애교있는 여자의 이미지를 만든 이효리바람은 그녀가 솔로 앨범을 내는데 춤과 노래 실력보다 더 큰 자산이 되었고, 이것은 오래간만에 가요계의 이슈를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대중은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에게 ‘돈’을 투자할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언론의 ‘1면장사’와 기획사의 공격적인 홍보전략역시 아직까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음반시장의 축소와 함께 그 영향력이 줄어든 것 뿐이다. 이제 발매와 동시에 100만장 예약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 아이돌 스타에 관련된 행동들이 스포츠 신문이 아닌 일반 일간지에 실리는 일도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이효리는 이런 불황의 흔치않은, 그러나 그 규모가 축소된 성공사례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효리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앨범뿐만 아니라 수많은 CF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의 활동도 순조로울 것이다. 문제는 이효리가 아닌 ‘이효리 워너비’를 외치는 수많은 섹시가수들이다. 그들은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징을 최대한 이용하여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강한 비트의 댄스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온갖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춤을 춘다. 시청자들은 눈요기를 하고, 여가수들은 눈요기를 한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해도 돈을 못번다는 사실 뿐이다. 얼굴은 알려도 CF에 출연할정도는 안되고, 그렇다고 앨범이 팔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TV에 출연한다는 기회일뿐이고, 그들중 수익으로 연결될만큼 성공해서 연예계에 살아남는 경우는 정말로 극소수이다. 이효리의 섹시함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에게 그 섹시함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캐릭터를 전혀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섹시함으로 시선을 끌려하고, 그만큼 수많은 경쟁자들과 비슷비슷한 컨셉을 두고 싸워야한다. 당연히 성공가능성이 희박해질 수 밖에 없다.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수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이것이 가요계에서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섹시컨셉의 가수들은 지난 몇 년전에도 나왔었다. 그때는 지금정도의 수위는 아니었지만 숱한 여성듀오들이 나와 (그중에는 은근한 동성애 컨셉을 내세운 경우도 있었다) 섹시컨셉을 내보였다. 다른점이라면 그때는 음반시장이 호황이었기에 이런 가수들이 나왔고, 지금은 불황이기 때문에 나온다는 것이다. 호황일때는 일단 주목만 모을 수 있으면 음반이 팔리기에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가수들이 나오고, 불황일때는 정 반대로 일단 눈길이라도 끌어야 하니까 섹시컨셉의 가수들이 나온다. 하지만 호황일때라고 이런 가수들이 모두 잘팔린 것이 아니듯 지금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와 달리 음반쪽은 시장상황이 변해도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는 듯 싶다.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고, 그렇다고 뚜렷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는 쿨이 7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올해의 쿨은 아직 그 반도 되지 못한 음반판매량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은 올 여름 가장 성공한 그룹중 하나이다. 앨범이 끔찍할정도로 안팔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러나 음반업계가 지금 하는 것이라곤 벅스뮤직을 고소하는 것 같은 일일 뿐이다. 물론 저작권은 당연히 지켜야하는 것이지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맞춰 온라인 음악시장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생각은 하지 못한채 소비자들이기도한 네티즌에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인상만을 남기는 음반업계의 행동은 누가보아도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앉아서 죽으라는 말이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그러면 음반업계가 지금까지 한게 뭐가 있냐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들이 과연 지금 대중의 트랜드를 쫓으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는 실제로 올 여름동안 돈을 벌고 있는 기획사가 어디인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나오는 답이기도 하다. 기획사별로 보았을때 앨범을 통해 수익을 올린 대형 음반 기획사들은 보아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SM과 빅마마, 세븐, 그리고 최근 음반차트 정상을 차지한 휘성등을 내놓은 YG - MBOAT였다. 이중 일본에서의 성공으로 지명도가 올라갈대로 올라간 보아를 제외하고, 다른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가창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븐의 경우는 아이돌적인 성향도 강하지만 그 역시 거의 모든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했고, 기획사 역시 세븐을 합동 콘서트에 합류시킴으로서 그에게 보컬리스트로서의 이미지를 보다 확실히 새겨주었다. 또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역시 방송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음반기획사가 대중의 트랜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때, 대중이 앨범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노래라도 잘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앨범을 살 용의가 있는 ‘음악팬’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 음악팬들이라도 잡기 위해서는 노래실력이라도 좋아야하고, 동시에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대중에게 ‘인식’시켜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특히 신인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과연 지금의 가요기획사들은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한 권리찾기여야지 불황에 대한 ‘핑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돈내고 음악을 듣는 것은 ‘이상’이고, 돈이 안벌리는 것은 현실이다. 그럼 일단은 현실부터 개선할 생각을 해야한다. 새로운 얼굴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팔리는 것은 기존 가수들의 앨범뿐이며, 그나마도 점점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늘 똑같지만 늘 할 수 밖에 없는 말로 이어진다. 대체 그 다음은?

★ 드라마 / TV

지금 자신이 나름대로 대중문화의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면, 당신은 평일 밤에는 MBC를 틀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요즘의 드라마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왜 요즘의 젊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세계’속에 빠지는지 알 수 없다. 이제는 말하기도 지겨울 정도이지만 ‘옥탑방 고양이’와 ‘앞집여자’는 동거와 불륜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렸고, ‘다모’는 가히 센세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특정 시청자층에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들이 모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옥탑방 고양이’와 ‘앞집여자’는 물론이고, KBS '여름향기‘와 맞붙어 시청자층을 나눌 것으로 보였던 ’다모‘는 기어이 ’야인시대‘의 벽마저 넘어섰다. SBS의 등장이후 한동안 주도권을 뺏기는 듯 했던 MBC가 드디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씨네 21’의 지적대로 외주제작에 비해 보다 자유롭게 자기 스타일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MBC 내부의 사정도 한몫했을 것이고, 이제는 뻔한 드라마로는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드라마 제작진들의 각성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파생된 결과이다. 과연 이 ‘새로운’ 드라마들이 가져온 결과가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의 드라마들이 외국과는 다르지만 작품별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여름시즌동안 MBC 드라마들은 시청률은 물론 ‘다모’가 증명하듯 엄청난 매니아 시청자들을 만들어냈고, ‘옥탑방 고양이’와 ‘앞집여자’는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냈다. 즉, 단순한 인기 드라마가 아니라 그 이상의 트랜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고, 작품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꺼리들을 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의 인기 드라마들이 지나가면 그만인 경우가 많았지만, ‘네멋대로 해라’로부터 시작된 MBC의 새 로운 드라마들은 시즌제 드라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별로 상당한 팬층을 만들어내며 부가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냈다. ‘다모’는 이미 DVD 제작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고, ‘옥탑방 고양이’는 새로운 패션 트랜드를 만들어냈다. 작품별로 팬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다면 방송사는 그 작품을 중심으로 계속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시즌제가 아니기에 그 여력이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오직 시청률과 VOD 서비스, 작품수출정도가 수익의 전부였던 방송사에서 또다른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 중심의 시스템은 드라마 제작 시스템뿐만 아니라 연출/극본의 여러 기법에 있어서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띄도록 만들고 있다. 작품이 현재의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투자와 준비, 그리고 늘 새로운 감각의 수혈이 필요하다. ‘다모’의 장대한 스케일과 그 스케일에 걸맞게 다듬어진 대본의 완성도는 사전제작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다모’의 뼈대를 이루는 스토리는 만화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또한 디테일한 캐릭터 묘사나 일반적인 트랜디 드라마와는 다른 독특한 촬영기법들을 보여준 ‘옥탑방 고양이’의 아이디어역시 인터넷 소설로부터 가져온 것이고(사실 두 작품을 같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일상속의 소품이나 몇가지 사건들을 통해 평범한 캐릭터들에 살아숨쉬는 매력을 불어넣은 ‘앞집여자’의 대본은 미니시리즈는 ‘처음’이라는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또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는 ‘1%의 어떤 것'역시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선한 각본을 가진 작가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거나, 여러 다른 장르의 원작들을 바탕으로 방송사의 시스템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의 제작시스템보다는 오히려 영화의 그것에 가깝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분명하게 노리는 것이 있고, 그것은 방송사에 의해 대중과의 접점을 유지하면서 흥행성을 함께 가져간다.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트랜디 드라마 양쪽에서 영화적인 영상화법, 즉 기존의 드라마처럼 스토리 텔링에 의존해 영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의해 많은 것을 보여준 ’다모‘와 ’옥탑방 고양이‘가 이런 시스템내에서 나온 것은 반드시 주목해야할 일이다. 어느새 한국 영화는 한국 드라마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고, 드라마는 영화가 보여준 시스템을 드라마에 어느정도 맞게 고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반면 SBS와 KBS는 철저히 실리 위주로 나아갔다. SBS는 새로운 감수성을 가져오기 보다는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야인시대’를 기본으로 이미 다른 곳에서 흥행이 검증된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한 ‘요조숙녀’에 김희선-고수라는 회심의 캐스팅으로 바람몰이를 기대했다. 또한 ‘태양의 남쪽’과 ‘스크린’ ‘첫사랑’역시 다분히 기존의 시청자층에게 익숙한 내용을 기반으로 젊은 시청자까지 함께 끌어안으려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런 전략으로 '올인‘과 ’천년지애‘를 성공시킨 봄과 달리 여름시즌의 드라마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인‘이 전형적일수도 있는 이야기에 캐릭터의 매력과 큰 스케일이라는 요소가 있었고, ’천년지애‘는 기존 트랜디 드라마의 구성에 ’엽기‘라고 할수도 있는 코미디가 있었지만 여름 드라마는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중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원했지만, 여름의 SBS는 그것에 안일하게 대응했다. 또한 이것은 기존의 스타 시스템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요조숙녀‘와 더불어 송승헌-손예진에 스타PD까지 함께한 ’여름향기‘등의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출연진의 지명도가 떨어지는 MBC 드라마들에 열세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결국 드라마도 본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던 셈이다.
다만 KBS '보디가드‘는 이런 상황속에서도 대중이 찾는 스타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 스타를 어떻게 써먹어야할지 보여주는 흔치 않은 예다. 비록 완성도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이 드라마는 스타를 그저 스토리속에 밀어넣는 대신 스타의 매력을 표현하는 쪽으로 드라마를 몰고 감으로서 ’비싸게‘ 캐스팅한 스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차승원은 요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그 캐릭터가 매우 분명한 스타이다. 대중은 차승원이 출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고, 그의 연기를 즐기게 된다. ’보디가드‘의 성공이 그 다음작품에도 계속될지는 의문이지만, ’보디가드‘의 성공은 그동안 꾸준히 ’특이한‘ 캐스팅을 즐겨했던 KBS에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노란손수건‘의 꾸준한 시청률과 함게, KBS는 여름시즌동안 시청률에 있어서는 가장 실속을 챙긴 방송사가 됐다.
드라마가 각 방송사별로 색깔을 달리 가져가고 있는 반면, 쇼 프로그램은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되며 200회를 돌파했고,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더 ‘가학적’으로 다운그레이드한 SBS ‘뷰티풀 선데이’(진행자도 같고, 똑같이 오프닝 댄스까지 춘다)는 결국 사람머리를 개구리가 나오는 상자에 넣는 엽기적인 벌칙으로 결국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또한 KBS ‘해피투게더’와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를 이끌고 있는 신동엽은 곧 물러날 예정이라고 한다(그러면 그의 짝인 이효리와 김원희도 물러날 것이다). 그럼 대체 누굴 보고 웃지?
이런 상황에서 올해 MC들중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제동의 상승세는 인상적이다. 그는 다른 쇼프로그램에서는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유머를 SBS '야심만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시간 내내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독설적인’척‘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말할 수 있는 재치와 더불어 일상의 상황들에 숨어있는 유머의 요소를 잡아내는 능력과 결국 그 끝에는 살짝 ’무엇‘을 남기는 그의 능력은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토크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야심만만‘의 그 다음날 방영되고 있는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는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한국 젊은이들의 일상에서 유머의 소재를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토크‘쇼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올 여름 대중들은 새로운 것을 원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어쩌면 대중이 앞서간다기보다는 모든 엔터테이너들이, 그리고 모든 작품들이 충족시켜줘야할 ’당연한‘ 것을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것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꽃보다 핑클 음~이분 글은 효리씨와 관련있건 없건간에 읽을만하군요.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지만,연예전반에 걸친 분석은 역시 의미심장하군요."그럼 대체 누굴 보고 웃지?"그렇죠.해투만한 오락  x  2003/09/02
 꽃보다 핑클 프로가 앞으로 나올수 있을지...정말 아쉽네요.  x  200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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