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세상


 

     
   
 



횰...    [기사] 찍으면서도 의심했다. 이게 진짜 효리 모습일까? 2009/02/21
2009-02-20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리얼리티’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꽤나 오래됐다고 하지만, 비로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가 ‘리얼’이라는 것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다. ‘리얼리티’란 무엇인가? ‘리얼’은 사전적으로 <진짜의, 진정한, 실재하는, 실제의> 등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순간,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 ‘진짜’를 원하고, TV를 통해서도 스스로 ‘진짜’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 가보다.

자, 그렇다면 ‘진짜’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란 무엇인가? 결국은 카메라로 찍힌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I AM A MODEL’부터 ‘오프더레코드, 효리’에 이르기까지 돌이켜보면 나는 줄 곧 ‘리얼리티’라는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아니 작년에는 라이브 음악프로그램마저 리얼리티 형식을 차용하여 ‘TAKE 1’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그 동안 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져왔던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리얼’이란 무엇인가?

나 나름대로 ‘가장 ‘리얼’한 것을 만들어보자’라는 숙제를 스스로 짐 지웠던 프로그램이 ‘오프더레코드, 효리’였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끝없이 물었다. ‘지금 니가 찍고 있는 건 과연 ‘리얼’이냐?'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카메라가 있음을 의식하지 않아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터인데, 누가… 아니 특히 연예인이 어느 누구라고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내가 택한 것은 그녀를 카메라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서 나는 그녀의 집에 침실은 물론 욕실에까지 9대의 CCTV를 설치했고,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미세한 눈짓으로도 시청자는 그녀가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가 보고 있는 뷰파인더는 마치 거짓말 탐지기처럼 그녀의 모습을 놓고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리얼’ or ‘NO’.

그녀도 인간인지라 처음엔 뷰파인더에 ‘NO’가 깜빡였다. 그러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리얼’과 ‘NO’사이를 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한번도 확인한 적이 없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그녀의 진짜 일상이 혹 밉지는 않은지, 지루하고 재미없지는 않은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촬영한지 거의 2주쯤 되었을까? 티져 편집본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나의 뷰파인더에는 선명한 ‘리얼’표시가 켜졌다.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촬영하는 약 5개월 동안 나는 투명인간이 되었던 셈이다. 그런데, 나 스스로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이란 무엇인가…’, ‘과연 나는 나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결국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모조리 모니터하기 전까지는 100% ‘리얼’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현재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이효리에게 가장 근접했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나의 목표는 100% ‘리얼’이 아니었다. 그게 힘들다면… 그냥 방송이 아니라, 적어도 마치 침대 옆에 누워 애인이 찍는 정말 누구도 볼 수 없는 그녀의 꾸며지지 않은 일상을 담아보자는 목표였다. 그 정도를 볼 수 있다면 나머지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99.9%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나에게 진정 ‘리얼’이었냐는 질문은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이제 나는 그런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오프더레코드, 효리’는 그녀의 가장 가까이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가장 ‘리얼’에 근접한 것을 담은 것이었다고.

[최재윤 / 엠넷 PD '미려는 괴로워', '오프 더 레코드 효리', ‘스트릿 사운드 테이크원' 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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