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미지 뒤집기>새로운 전략‘탈내숭·탈신비’
최근 ‘논쟁 버라이어티-당신의 결정’(KBS)에 출연한 코미디언 김한석. 의붓오빠와 사랑에 빠져 고민중이라는 의뢰인에게 “남 의 눈 때문에라도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한 그는 어느 순간 격 앙된 목소리로 “내가 7년째 이혼남이어서 안다.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삐딱한 눈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느 닷없는 고백에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김한석 충 격 심경고백’이라는 자막과 함께 무거운 음악이 깔렸다. 카메라 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연예인들의 얼굴 을 훑었다.
조성모와 이정현이 초대손님으로 나온 ‘야 한밤에’(KBS). ‘슬 럼프’라는 주제에 맞춰 조성모는 자신이 스타덤에 올랐을 때 “ 스캔들, 소속사 문제 때문에 빛나는 시절을 즐기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정현은 1집이 대박난 후 남자친구와 헤 어지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던 과거를 회상했다. “너무 남자친 구를 사귀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매일 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어요”라고 그는 고백했다.
이 세 사례는 요즘 연예비즈니스계가 요구하는 으뜸가는 스타의 덕목이 바로 ‘솔직함’‘내숭떨지 않기’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다. 사실 신비주의적 베일을 쓰고 대중과 거리를 두는 내숭전략 은 이미 약발이 다한지 오래다. 반내숭·솔직, 혹은 망가짐파 스 타들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인공개선언’으로 솔직함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돌파한 공효진 배두나, ‘귀여운 엽 기’ 장나라 같은 신세대스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청순가련의 대명사 김하늘마저 엽기녀로 변신해 대박을 터트리는 정도니 말 이다.
다분히 일본풍의, 소녀애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청순한 소녀그룹 으로 출발, 폭발적 인기를 누리다가 이제는 멤버 4명 각각이 제 길을 가고 있는 ‘핑클’도 이런 솔직·탈내숭전략의 대표주자다 . 청순함과 관능을 황금비율로 섞은 ‘원단 내숭그룹’ 핑클은 해체와 함께 멤버 전원이 ‘탈내숭·탈신비’전략을 택했다. 스 스로에게 형성된 팬터지와 정체를 부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중 맏언니 효리는 가장 극적이고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교복차 림의 스타들이 적정수위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놀았던 ’ 과거나 실수담 등 자신의 치부를 유쾌하게 까발리는, KBS ‘ 해피투게더-책가방토크’를 진행하면서 그에게 남아있던 ‘내숭 이미지’를 확실히 지울 수 있었다.
최근 방영된 ‘출발 드림팀-괌특집 여성스타’편(여성스타들의 벗은 몸을 눈요깃거리로 제공한다는 의도가 너무도 분명한)에 나 온 효리는 섹시함을 한껏 강조한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수영복 위에 헐렁한 힙합의상을 걸쳐 타고난 섹시함을 가렸다.
이젠 솔직함도 패션이나 유행이 되고, 연예상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채택가능한 생존전략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처럼 모두 가 솔직할 때, 보다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스타들은 얼마나 더 과감하고 무모해져야 하는 것일까. 삼각관계 스캔들을 무난하게( ?) 치러낸 후 사랑에 실패한 자신을 연민하는 멘트를 통해 오히 려 인간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 남성스타의 예에서 보듯, 어쩌면 솔직함의 강박에 시달리는 스타들 때문에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 자들의 험담떨기가 우리TV에 등장하는 날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 다.
출처: 문화일보 2003.4.10(목) AM 10:31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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